[이민 칼럼] 애리조나 주 반이민법의 운명은
최근 CNN과 오피니언 리서치의 공동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88%가 멕시코 국경에 더 많은 단속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애리조나 주가 제정한 이민단속법인 SB 1070에 찬성하는 의견이 57%이고 반대는 17%에 불과하다. 애리조나 주의 이민단속법은 가장 강력한 불법 체류자 단속법으로 불린다. 불체자의 취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연방 정부는 지금까지 불체자나 노동 허가를 받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는 고용주만을 단속했지만 애리조나 주는 이를 한층 강화했다. 우리가 흔히 간단한 이사나 건축 공사 등 일용 노동자가 필요하면, 히스패닉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길거리에서 쉽게 일용직 노동자를 구하곤 했다. 그런데 애리조나 법에 의하면 일용노동자를 구하기 위해서 자동차를 정차하고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즉 시민권자가 자기집 정원에서 작업할 일용노동자를 구하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사람을 구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또 불체자인줄 알거나 알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불체자에게 교통을 제공하거나 숙소를 제공해도 밀입국 관련 범죄로 간주된다. 이런 애리조나주의 이민 단속법은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반이민 분위기는 미 전역으로 확산중이다. 이미 많은 주들이 애리조나와 유사한 법을 제정하려고 준비중이다. 이곳 조지아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불체자 학생의 주립대학 입학 제한과 학비 혜택 금지를 비롯해 일부 카운티에서 재소자 신분 조사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시행을 앞둔 애리조나 주의 이민단속법을 무산시키려면 법을 제정한 주 의회가 스스로 이를 폐기하는 법을 제정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이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모두 알다시피 민주주의는 입법, 행정, 사법 등 3개의 권력부가 각각 독립해 상호 견제를 하고 있다. 입법부인 의회는 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이 수장인 행정부가 이 법의 실행하며 이런 법이나 행정 행위가 합법인지 여부를 사법부의 최고 기관인 연방대법원이 심사를 하게 되어 있다. 현재 애리조나 주법의 시행을 막을 방법은 연방 대법원이 법의 내용이 연방헌법에 위배된다며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폐기하라고 판결을 내리는 것 밖에 없다. 이미 상당수의 친이민단체가 애리조나 주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이 법의 운명은 연방 지방법원과 연방 고등법원을 거쳐서 연방 대법원까지 가야만 결정이 될듯하다. 이런 가운데 의회조사국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CRS)이 최근 애리조나주의 이민단속법 SB 1070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냈다. 의회조사국은 법안 마련을 위한 기초 조사 및 법안 초안 작성과 통과된 법의 적용 과정을 분석, 조사하는 의회의 입법 과정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의회 조사국은 애리조나 주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판례와 비교 한 뒤, 법원이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서 헌법 일치-불일치 여부가 판결이 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애리조나 주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이민 관련 업무는 연방 소관임으로 주 정부와 의회가 이를 제정하고 실행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헌법 아래서 보면 연방 정부가 고유 영역으로 선점을 한 분야는 주 정부가 관여할 수가 없고, 만약에 유사한 법을 집행하는 경우에 연방법과 충돌하면 그 법은 위헌으로 판결난다. 애리조나 주 의회도 과거에 유사한 반이민법의 상당수가 연방법원에서 위헌으로 판결이 나온 것을 고려해 아주 세밀하게 법을 만들었다. 애리조나 주는 이와 관련 이미 연방 이민법에서 위법행위라고 정해둔 것을 연방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법을 제정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많은 조항이 연방헌법에 위반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위헌 여부를 가릴 대법원이 예전과 달리 보수적 색채가 짙어 친 이민단체의 승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위자현 변호사